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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 눈꽃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 캐나다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1월에는 뉴욕타임스(Newyork Times)가 ‘아시아에서 꼭 방문해야 할 축제’로 선정하며 세계 축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화천 산천어 축제 전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그래서일까. 축제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세계 각지의 언어들이 화천 산천어 축제의 국제적인 인기를 실감케 한다. 숨결마저 얼릴 것 같은 추위 속에도 구름 인파를 자랑하는 산천어 축제의 매력은 무엇일까. 2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산천어 축제의 장수 비결이 축제장 곳곳에 숨어있다.
화천 산천어 축제 얼음 낚시 산천어를 낚는 짜릿한 순간
1) ‘위기를 기회로’ 작은 시골 마을에 숨을 불어 넣은 묘안
산천어 축제는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대에서 열린다. 화천군은 인구 2만30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지자체다. 작은 마을 안에 군사, 환경, 상수원, 산림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중복된 규제로 인해 산업적 기반을 닦는 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
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혹한의 날씨와 각종 규제로 인해 방치되었던 땅이 오히려 ‘청정자연’이라는 관광 상품이 될 수 있겠다는 묘안이 떠올랐다.
산천어 축제 전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화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을 꼽으라면 화천천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높이 647m를 자랑하는 작대산에서 흘러 내려온 수정같이 맑은 물이 모여 화천천을 이룬다. 화천군은 화천천의 경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1급수의 맑은 물에서만 서식한다는 냉수성 어류 ‘산천어’를 콘셉트로 축제를 꾸렸다.
2003년, 제1회 화천 산천어 축제가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첫 시작을 알렸다. 축제는 어린 시절, 꽁꽁 언 호숫가에서 낚시를 즐기던 부모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두꺼운 얼음 위에 구멍을 뚫고 물고기를 낚는 생소한 체험은 아이들에게도 즐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낚시 노하우를 전수 중인 축제 안내자(왼쪽), 낚시에 성공한 관광객(오른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증명한 화천 산천어 축제는 2006년부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겨울 축제로 성장했다. 화천군은 기세를 몰아 눈과 얼음이 없는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여행객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화천 산천어 축제가 2018년부터 5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되며, 외진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화천은 겨울 축제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겨울문화존’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2)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낚은 마성의 축제
“잡았다!” 탄성이 터지는 곳으로 눈길이 쏠린다. 이내 다시 앞에 놓인 구멍으로 고개를 돌려 낚싯대를 연신 위아래로 흔든다. 넓은 얼음판 위가 산천어를 낚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닥에 향해 고정한 고개와 연신 흔드는 팔, 모두가 같은 자세 같은 행동을 취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산천어 낚시 중인 꼬마 관광객(왼쪽), 산천어 나눔통(오른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낚싯대가 아래로 당겨지는 느낌에 재빨리 낚아채면 산천어가 퍼덕대며 구멍 위로 올라온다. 잡은 산천어는 낚싯대와 함께 제공되는 비닐 가방에 보관할 수 있다.
화천천의 물을 담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방수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돋보인다. 산천어의 과격한 움직임에 가방이 엎어질 것을 방지해 가방 상단부에 슬라이드 지퍼를 달아 놓은 것도 세심하다.
산천어 구이터 외관과 내부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잡은 물고기는 인당 3마리씩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신선한 상태로 산천어를 즐기고 싶은 방문객을 위해 낚시터 옆에 위치한 구이터에서는 산천어를 이용한 여러 음식을 선보인다. 산천어 캘리포니아롤, 산천어 초밥, 산천어 피쉬 앤 칩스 등의 다양한 메뉴 중에서도 은박지에 감싸 숯불로 구워 본연의 풍미를 살린 산천어 숯불구이가 대표적이다.
잡아간 산천어와 3000원을 건네면, 미리 구워둔 산천어를 돌려준다. 잡은 물고기를 바로 숯불에 구워 먹는 느낌을 살리되, 시간을 쪼개 축제 이곳저곳을 즐겨야 하는 방문객의 입장을 고려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축제장 내의 무슬림 기도실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방문객 시선에서 바라본 화천군의 세심한 기획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했다. 화천군은 축제장 부지 한 곳에 외국인들이 모여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외국인 체험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곳곳에 셔틀버스를 배치해 이동 시간을 줄이고, 불편함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통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축제장 통로 한편에 자리한 무슬림 기도실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 답하기라도 하듯, 매년 10만 명 안팎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3) “추위, 너 나와” 한파 깨부수는 ‘이한치한’ 겨울 스포츠
낚시 외에도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이 가득하다. 막대로 얼음을 찍고 나아가며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얼음 썰매 체험이 인기가 좋다. 혼자 앉아 타는 전통 썰매 외에도 화천군이 직접 제작한 가족형 썰매부터 시작해 핀란드식 썰매까지 다양한 형태의 썰매를 취향에 맞게 골라 탑승할 수 있다.
얼음 썰매장 옆으로는 100m가 넘는 슬로프를 따라 튜브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눈썰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닥이 눈 대신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화천군에서 제작한 얼음판 전용 튜브 썰매를 이용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다.
얼음 썰매장 전경(왼쪽), 가족형 썰매(오른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화천군은 매일 밤 정빙 작업을 진행해 빙질을 관리한다. 평평하게 깎은 얼음판 위에서 하키공을 골대에 넣기 위해 경쟁하는 ‘얼음 축구’ 체험과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 위를 누비는 ‘피겨 스케이팅’ 체험이 진행된다.
남다른 속도를 즐길 준비가 됐다면, 회오리 모양의 미끄럼틀을 타고 질주하는 ‘아이스 봅슬레이’와 축제장 상공을 누비며 전경을 즐길 수 있는 ‘하늘 가르기’가 제격이다.
얼음 축구를 즐기는 군인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축제의 꽃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간 정각에 진행하는 산천어 맨손잡기다. 두꺼운 외투를 입어도 뼈까지 시려오는 강추위지만, 얼음물에 들어가 산천어를 잡겠다는 지원자가 속출한다.
반팔과 반바지로 갈아입고 나온 참가자 무리에게 구경꾼들이 열띤 응원을 보낸다. 얼음 같은 물에서 잡은 산천어는 옷 속에 보관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이가 시려오지만, 지원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가슴만은 후끈해진다.
산천어 축제로 화천군 전체가 들썩인다. 마을을 살리겠다는 화천군의 외침이 주민들을 하나로 모았다. 대부분의 축제 종사자가 화천군민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축제와 마을 간의 강한 연대감이 돋보인다. ‘우리 모두의 축제’라는 인식이 화천 산천어 축제를 더욱 축제답게 한다.
화천(강원)=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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